벼 수확량 늘리는 연구도
키가 작은 작물들은 홍수가 갑작스럽게 닥치면 물에 잠기게 된다. 만약 식물의 키를 조절할 수 있다면 침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벼 연구를 통해서 식물의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 두개를 찾아냈다. 유전자 조절을 통해 환경에 맞는 작물의 키를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 키 성장에 작용하는 두 유전자 발견
나고야대학교 연구진은 “벼 연구를 통해 식물의 줄기를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았다”라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5일 발표했다. 식물의 크기는 줄기의 성장에 의해 결정된다.
이른바 깊은 물에서 사는 벼인 ‘부도(浮滔, deep water rice)’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홍수에도 1m까지 자랄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벼와 얕은 물에서만 자라는 벼의 DNA를 비교했다. 그 결과 ‘ACE1’과 ‘DEC1’이라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깊은 물에서 사는 벼의 경우 물에 잠길 때 ACE1이 켜지면서 줄기의 세포분열을 자극하고 성장을 돕는다. 그러나 얕은 물에 사는 벼 품종은 ACE1에 돌연변이가 있어 홍수가 났을 때도 줄기를 늘리지 않았다.
연구진은 다른 실험에서 DEC1이 줄기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DEC1은 수심이 얕은 곳에서 사는 벼 품종에서 활성화됐다. 물이 넘쳤을 때 이 유전자는 활동을 지속해 줄기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반대로 깊은 물에서 사는 벼는 홍수에 노출됐을 때 DEC1이 발현을 멈췄고, 줄기는 더 성장했다.
이 유전자를 통해 키를 조절하면 홍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리즈대학교 식물생물학자 로라 딕슨은 “두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면, 벼 이외의 작물에서도 식물 높이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이언스에 말했다. 두 유전자는 사탕수수와 보리 등에도 존재한다. 옥수수에도 ACE1 유전자와 DEC1과 부분적으로 닮은 유전자가 있다.
◇벼 노화 조절해 수확량 늘리는 연구도
벼의 노화 속도를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는 방법도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공동으로 벼의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밝히고 이를 이용해 생육·광합성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벼 수량성(단위면적당 수확량)을 7%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작물의 노화 속도를 늦추어 수량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노화지연’ 이론이 식량문제의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노화가 천천히 진행되면 광합성 기간과 양이 늘어나 수확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벼의 대표적 아종(亞種)인 자포니카와 인디카를 비교분석했다.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벼 품종인 자포니카는 모양새가 둥글고 굵지만, 인디카는 길고 얇으며 자포니카보다 10일가량 노화가 빠르다.
연구진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벼의 엽록소를 분해하는 효소인 ‘Stay-Green(OsSGR) 유전자’가 두 아종 간 노화 속도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찾았다. OsSGR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면 엽록소 분해가 촉진돼 식물의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인디카 아종에서 OsSGR 유전자를 더 빠르고 많이 발현시켜 노화를 촉진했다. 광합성 효율이 낮아지면서 수량성이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자포니카 벼의 OsSGR 유전자를 인디카 벼에 도입했다. 새로 개발한 벼 품종은 광합성량과 기간이 증가하여 등숙률(곡식이 수확이 가능해질 정도로 알차게 여무는 비율)이 9%, 벼 생산성이 7% 향상됐다. 이시철 연구위원은 “노화조절 유전자를 이용하여 벼뿐 아니라 다양한 작물 육종 개발이 가능해지고, 이는 식량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uly 17, 2020 at 09:5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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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 늘리고 줄이는 유전자 발견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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