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8세 전에 2차 성징 오면 성조숙증 가능성… 또래만큼 키 안 클 수 있어 빨리 병원 가봐야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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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23 05:00

[아이가 행복입니다]

최근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와 부모가 함께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적이 있다. 부모는 아이가 또래보다 성장이 빠른 편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살이 급격하게 찌면서 가슴도 발달하고 여드름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고 외부 활동도 줄다 보니 집에서 배달 음식이나 간식을 즐겨 먹게 되어 몸무게가 늘면서 생긴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성장 속도가 줄면서 키도 잘 크지 않고 초경까지 시작하니 놀란 마음에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 시기와 뼈 나이, 호르몬 검사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진료실에서 8세 여자아이의 성조숙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진찰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성조숙증은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는 만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되고,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는 등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성조숙증 환아는 10만8576명으로 2015년보다 43%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여아가 남아보다 10배쯤 많다.

◇2차 성징 빠르면 병원 찾아야

성조숙증은 대부분 명확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유전적인 영향, 비만과 체지방의 영향, 안 좋은 식습관, 환경호르몬 노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히 정립된 것은 없다. 부모 세대보다 최근 아이들의 사춘기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에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모습을 보며 성조숙증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8세 이전의 여아나 9세 이전의 남아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단순히 2차 성징이 빠르다고 전부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2차 성징의 진행 속도, 성장 속도나 뼈 나이(골 연령), 호르몬 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적절한 성장 위해 치료 필요

적절한 성장을 위해선 성조숙증 치료가 꼭 필요하다. 성조숙증이 발생한 여자아이의 경우 가슴이 발달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져 초기에는 키가 잘 큰다. 하지만 일찍 초경을 하게 되면서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인 신장이 또래보다 작을 수 있다. 남자아이도 2차 성징이 빨라지면 성장이 일찍 끝나게 된다. 키가 다른 아이들만큼 자라지 않을 뿐 아니라 여자 아이의 경우 어린 나이에 초경을 시작하게 되고 가슴이 일찍 커지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진다.

◇조기 발견이 치료의 관건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이미 초경을 하거나 사춘기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내원하면 성장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성조숙증 치료는 사춘기 전 성장 속도로 오랫동안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주사를 4주 간격으로 맞는 것이다. 최근엔 3개월마다 맞는 주사도 보급됐다. 치료받는 것이 성장을 억제하는 건 아니냐며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사춘기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 키 성장은 사춘기 이전의 속도인 연간 4~6㎝ 정도는 자라게 된다.

최근 키와 사춘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성조숙증은 아니지만, 또래 아이들보다는 약간 빠른 '조기 사춘기'의 경우에도 치료를 원하여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초경 시기만 늦추면 성인 키가 커질 것'이라는 오해 때문인데, 성조숙증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면 치료해도 키 성장 효과는 크지 않아 권하지 않는다.

최근 서구화된 생활습관으로 비만 빈도가 높아지고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학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식습관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만으로 성조숙증을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은 건강한 신체 발달을 도모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성조숙증을 예방할 수 없다. 성조숙증을 막는 바른 방법은 조기 진단과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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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3, 2020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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