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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1, 2020

김종인은 대선에 출마할까요? : 국회·정당 : 정치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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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 추석특집-궁금하면 읽어BAR②

1년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야권 후보군에선 유력주자 안 나타나
정치권 안팎에서 ‘김종인 대망론’ 회자

3년 전 대선 출마한 김종인 위원장
“시대적 소명과 마지막 책임감” 강조,
정국 주도하는 독보적 리더십의 역설
차기 주자군 육성에 실패할 가능성도

대선 출마 질문에 선 긋고 있지만,
스스로 “정치인 약속은 공수표” 밝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19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19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불과 1년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야권의 대선 후보군입니다. 현재 차기 주자 지지율 1위와 2위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엎치락뒤치락 지지율 경쟁을 벌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야권에선 눈에 띄는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김태호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지지율 3%(한국갤럽 9월11일 발표 기준)를 넘긴 이는 없습니다. 아직 보수 야권의 구심점이 등장하지 않은 셈입니다. 정치권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김동연 전 부총리, 윤석열 검찰총장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인물은 윤석열 총장입니다. 그는 여론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자 단박에 두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며 범 야권 주자군 가운데 독보적인 1위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윤석열 돌풍’에 대해 “야권 지지층이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운 윤석열 총장을 주목한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실제 지지층이 형성됐다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란 뜻입니다. 실제 윤 총장이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그의 지지율은 3% 이하로 곧바로 꺼졌습니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에게는 마음 줄 후보 하나 찾기 어려운 정치 지형인 셈입니다. 이 가운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눈여겨 보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그가 보수 혁신에 성공한다면, 스스로 차기 주자로 뛸 수도 있는 것 아니냔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는 몇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먼저 김 위원장의 ‘소명 의식’입니다. 그는 3년 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바 있습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권력구조 개편(개헌) 완성을 위해 국회 180석이 넘는 통합 정부가 필요하다며, 2020년 4·15 총선까지 3년간 임기만 수행하는 ‘통합 대통령’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극단화된 정치적 분열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을 찾은 것입니다. 그는 4·15 총선 이전에 출간한 정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당시 대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자세히 밝혔습니다. 그는 책에서 “누군가 대통령이 되면 그 세력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박근혜의 비극은 되풀이 될 것이다. 그때 내 나이가 이미 팔십 가까이 되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 같은 것을 부릴 만한 나이가 아니다.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 자리마저 내려놓고 그렇게 나선 것은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지막 사명과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승자 독식의 정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본인의 정치적 원동력으로 삼은 셈입니다. 3년 전 대선 출마는 스스로 표현했듯 “실패로 끝난 정치 실험”이 되었지만, 또 다른 시대적 과제와 맞닥뜨린다면, 다시 한번 소명 의식을 갖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도 이런 추정에 힘을 보탭니다. 김 위원장은 넉달여 임기 동안 제1야당 지도자로서 독보적인 리더십을 선 보이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4·15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입은 미래통합당은 떠맡아 ‘기본소득’, ‘전일제 보육’ 등 진보 의제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뒤, 정강·정책, 당명, 당색 등을 바꿔내며 수권 정당으로 변모시켜 왔습니다. 보수 정당의 원죄를 사죄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역에서 무릎을 꿇었고, 세월호 유가족과도 만났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을 앞세운 국민 통합의 정치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눈길이 쏠릴수록 야권 후보군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를 ‘김종인 리더십의 역설’로 해석한 바 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어려움을 겪던 정당을 수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 정당을 창당하는 수준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아직 차기 주자군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이 가까워올수록 그 리더십은 독이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정국을 주도하는 김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차기 주자군이 설 정치적 공간은 줄어들고, 다시 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에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선수로 뛰게 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지난 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가 이기느냐 지느냐,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5~10% 정도 앞서가는 체제가 안정화되느냐, 그게 가시적인 지표”라며 “두 개가 만약 달성되면 당원들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계속 가자고 할 것이고, 김 위원장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고민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정권 교체 가능성을 입증한 뒤, 안정적인 당내 정치 기반까지 유지된다면 김 위원장의 ‘대권 행보’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김 위원장과 ‘40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교통방송>(TBS) 라디오에서 “(김종인 대망론) 얘기를 바람결에 들은 적 있다. 가능성이야 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이런 당 안팎의 이야기에 철저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솔직히 얘기해서 관심없다. 사람들이 이러고 저러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굉장히 부질없는 생각”이라며 “내 나이가 지금 팔십이 되는 사람인데, 비대위원장으로서 하는 행동이 그와 같은 것(대선)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것인가’라고 재차 질문이 돌아오자,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스스로를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응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김 위원장의 회고록을 보겠습니다. 그는 정치인의 ‘약속’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때로 냉소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2016년 당시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러 찾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를 꼭 이뤄내겠다. 도와달라’ 말하자, “나는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그 순간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공수표를 남발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이 각서를 쓴다거나 확실히 보증한다는 말 따위는 전혀 믿지 않는다” 답했다고 술회했습니다. 보다 먼 과거에 윤보선 전 대통령이 자신의 할아버지인 가인 김병로에게 친필로 약조한 각서를 뒤집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의 약속에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시각입니다. 그렇다면 김종인 위원장 스스로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는 그의 호언장담 역시 지금 순간을 헤쳐나가기 위한 공수표는 아닐까요? 아직까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김 위원장만 알고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김 위원장이 품은 답안지가 공개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으로 예상하시는지요.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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